당신의 색깔은 무엇인가요?

Shining Tree를 푸르게 키워 주실 분은 김주연 님이에요.
달라스에서 17년 동안 학원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그림을 지도해 온 선생님이자 친구가 필요한 사람들의 따뜻한 지지자입니다.
무엇보다도 주연 님은 10년 넘게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글로 엮어내는 칼럼니스트에요.
각박한 우리네 일상생활에서 한 번쯤은 멈춰 서서 삶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는 쉼터 같은 글을 소개하는 Shining Tree 입니다.

제자 중 에스더가 9학년 때 그린 그림입니다. “응, 그래! 에스더, 정말 예쁘다!” 장미꽃을 주제로 유화를 그리던 에스더가 밝은 야광빛 연두색으로 바탕을 칠할 때, 가슴이 탁 트이는 기쁨을 주었습니다.

항상 같은 소재의 그림을 그리는 경우는 대개 그 소재 이외의 그림을 그리기가 자신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복된 연습을 통해 좋아하는 소재는 잘 표현이 되는데 다른 소재는 망칠까 봐 엄두를 못내는 경우입니다.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경우에 주로 나타나며 소심한 성격, 자신감이 없거나 자존심이 센 아이의 경우에 해당되기도 합니다. 부모님들께서 많이 못마땅해 하시는 경우가 있으나 질책은 금물입니다. 

전문적인 미술 교육이 여의치 않을 때는 집에서 다양한 소재를 접할 수 있게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미술 시간이 즐거운 놀이로 생각될 때 아이들은 그 놀이 속에 푹 빠져서 무한한 창의적인 생각 보따리가 술술 풀려나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지 않겠습니까? 자녀들에게는 참을성을 가지고 공부하라고 하면서 정작 부모들이 인내를 가지고 애정 어린 마음으로 아이들의 손을 잡고 같은 눈높이를 유지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한 소재만 반복해 그리던 학생이 어느덧 그 소재에서 해방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슴 탁 트이는 보람을 느끼고는 합니다. 

연두색은 봄을 상징하는 색상이라 에스더의 연두색이 그 시절 봄에 더욱 마음에 와닿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계절이 분명한 본국에서 자란 필자는 이제 달라스의 날씨가 익숙해질 때도 되련만, 매년 매 절기마다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특히 올봄은 흐린 날이 너무 많아서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기대하는 햇빛이 화창한 봄 날씨에는 못 미치지만 그럭저럭 따뜻한 봄기운 속에 어느새 연두색으로 솟아오른 잔디, 활짝 핀 꽃들을 바라보며 봄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한 해, 한 절기가 바뀌면서 계절을 통해 바뀌는 자연의 색깔 하나만으로도 이 우주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지만, 아무래도 연륜에서 오는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나이만큼 철이 들어가는 것은 다행인데, 철이 너무들까 봐 걱정입니다. 튀는 연두색이 너무 예뻐서 무턱대고 사놓은 바지를 조금 더 철들기 전에 오늘은 봄맞이 환영식으로 입고 나가볼까 합니다. ‘조금 촌스러우면 어때, 봄인데…’ 암만해도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기운이 항상 무채색만 즐겨 입는 필자에게도 작용이 된 것 같습니다.

추운 겨울이 있어서 따뜻한 봄이 돋보이는 듯이, 싱그러운 연둣빛의 봄기운처럼 채색되기를 꿈꾸는 우리의 미래도 현재와 같은 선상에 있는 것 같습니다. 미래는 우리의 준비 여부와는 상관없이 늘 새롭게 다가옵니다.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미래를 항상 같은 자세로 맞이하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슬며시 들어 봄맞이 대청소처럼 필자의 일상생활도 한바탕 대청소를 해볼까 합니다. 내친김에 학생들에게도 봄맞이 청소 주간을 선포해서, 청소 후의 상쾌함을 따뜻한 봄의 햇살과 함께 같이 느껴보기를 기대합니다. 매일 같은 일상이지만 여러분도 짬을 내셔서 봄맞이 청소하신 후에 한 번 봄을 찾아 나서보시지 않으시련지요? 여러분이 찾은 봄은 어떤 색깔인가요?

작품명: Oil Painting by Ester Yi
장미를 다양한 색상으로 개성 있게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밝은 연둣빛의 바탕색이 그 싱그러움을 잘 뒷받침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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