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말이 옳다” 조선 시대의 대표적 관료, 영의정 황희 정승이 다투는 여종 사이에 했던 명언입니다. 다투고 있던 두 여종이 황희 정승에게 와서 각자의 입장을 고하니 “네 말이 옳다”, “네 말도 옳다”라고 하자 옆에 있던 조카가 “하나가 옳으면 다른 하나는 그른 것이지 어찌 둘 다 옳을 수가 있습니까?” 하고 묻습니다. 그러자 “응, 네 말도 옳다”라고 했다는 황희 정승의 일화입니다
태종·세종 시대의 60여 년의 관직 생활 중 좌천 2번, 파직 3번, 귀양살이 1년 등 평탄치 않은 시절을 거치면서도 영의정을 18년이나 지낸 황희 정승은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에 왕의 문병을 받았습니다. 나라 재상을 20년 넘게 지낸 노인이 멍석에 누워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라는 왕에게 “늙은 사람의 등을 긁는 데는 멍석자리가 최고입니다”라던 황희 정승입니다. 평생을 검소하게 살아 살림살이가 늘 가난했던 그는 오늘날까지도 청렴의 전설적인 인물로 맹사성과 함께 청백리로 손꼽히는 관료입니다.
자기 의견이 없이 남의 의견에 잘 흔들리는 사람을 ‘줏대 없다’라고 곧잘 표현합니다. 황희 정승도 줏대가 없는 분이셨을까요? 현대는 흔히 자기 PR 시대라고 합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소극적으로 남이 나를 알아주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에게 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홍보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 자신을 알리며 자기주장을 펴는데 점차 익숙해지면서 점차 남의 주장을 들어주는 열린 마음, 따뜻한 마음을 잃어버리는데도 익숙해지는 것은 아닐까요? 남의 주장을 들어주다 보면 내가 손해를 본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나에게 미치는 득과 실로 모든 세상사를 저울질하는 사람들이 가득찬 현대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 것 같습니다. 다들 같이 마음을 비우면 세상이 제대로 보일 것 같은데, 우리가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은 황희 정승처럼 조금은 줏대가 없어 보여도 사사로운 개인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는 물질에 초연한 정신과 열린 마음의 소유자가 많아질 때에 가능할 것 같습니다.
세상은 복잡해도 자연은 참으로 담담하게 정해진 이치대로 돌아갑니다. 그 담담함이, 당당함이 참으로 부럽고 고맙게 여겨지는 요즘, 따스한 부부애를 그린 그림 한 점이 떠올려집니다. 바로크 양식의 대표 화가인 루벤스(Peter Paul Rubens, Jun. 28, 1577 ~ May 30, 1640)가 그린 ‘루벤스와 이사벨라 브란트’(1609)입니다.
맑은 눈동자 여인의 손을 잡고 있는 남자는 루벤스 자신이며 그 옆의 젊고 아름다운 여인은 그의 아내, 이사벨라입니다. 아내에 대한 그의 사랑을 표현한 작품으로 가정적인 남자였던 루벤스는 가족화를 많이 그린 화가이기도 합니다. 뛰어난 두뇌와 훌륭한 외모, 원만한 성격을 인정받아 외교관 활동을 하기도 했던 그는 다방면에 걸쳐 많은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작품명: ‘루벤스와 이사벨라 브란트’ by Peter Paul Rubens (1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