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바다

Shining Tree를 푸르게 키워 주실 분은 김주연 님이에요.
달라스에서 17년 동안 학원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그림을 지도해 온 선생님이자 친구가 필요한 사람들의 따뜻한 지지자입니다.
무엇보다도 주연 님은 10년 넘게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글로 엮어내는 칼럼니스트에요.
각박한 우리네 일상생활에서 한 번쯤은 멈춰 서서 삶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는 쉼터 같은 글을 소개하는 Shining Tree 입니다.

한바탕 비가 온 후의 대지는 촉촉한 공기와 함께 어머니의 손길처럼 따스하고 풍요롭습니다. 오래전의 드라마의 제목인 ‘엄마의 바다’가 문득 뇌리에 떠오릅니다. 무한대의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그 제목이 드라마 내용은 생각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따사롭게 가끔 비온 후의 풍경과 맞물려서 생각나는 것을 보면 어머니가 많이 그리운가 봅니다.

흔히들 ‘에미없는 자식은 불쌍하다’라고들 합니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심청전의 심봉사처럼 동냥젖부터 시작하여 기본적인 생활이 안 되던 옛날 시대도 아니고 여인의 힘을 빌던 모든 것이 기술의 힘을 빌려 의식주가 너무 간편하게 해결이 되는 현대입니다. 어머니의 치마 바람으로 묘사되던 자녀 교육의 열성을 대신할 바지 바람의 아버지의 군단도 만만치 않은 오늘날 아닙니까? 아무래도 문구 자체가 이제 현대사회에 맞지가 않는 것은 아닐까요?    

미국으로 이민 온 이유 중 본국의 입시에 치우친 교육 환경에 염증이 나서 보다 좋은 교육 환경을 자녀들에게 제공하기 위하여라고 답변하시는 분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 좋은 교육 환경을 가진 미국에서 우리는 다시 한국의 명문대가 아닌 미국의 명문대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자녀들에게 ‘너희 때문에 미국에 왔다’라면서 한국의 입시생과 다를 바 없이 창살 없는 감옥을 만들어 주고 계시지는 않으신지요? 

미국은 대학 진학률이 한국보다 낮은 편인데, 그 이유는 대학에 가지 않고도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직장을 가질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학도 본인의 학업 성적과 재정여건을 고려하여 다양하게 자신에게 맞는 대학을 선택할 수가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처럼 명문대를 나오지 않으면 대학을 나오고도 취직을 하기 힘든 현실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물론 자녀들이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하여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할 수 있게 이끌어줘야 할 부모로서의 역할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나이의 학생들이 가질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릴 시간적인 배려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국과는 달리 차가 없으면 친구를 만나러 가기도 힘든 것이 미국 현실입니다. 놀 때는 열심히 놀고 공부할 때는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지혜로운 어머니의 역할이 필요한 때이며 그것이 가능한 곳이 미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필자에게는 학교가 파한 후에 친구들과 어울려서 떡볶이 사 먹던 때가 학창 시절의 즐거운 추억의 일부분으로 남아있습니다. 우리 자녀들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 엄마는 날 이해해 줄 거야’하는 절대적인 어머니의 신뢰와 사랑을 느끼며 자라나기를 희망찬 봄에 소망해 봅니다. 물질적인 충만감이 아닌 절대적인 정신적인 충만감을 주는 어머니를 가진 자녀는 행복하다는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 

어머니의 품에는 항상 따사로운 그 무엇이 있습니다. 이런 따사로운 충만함을 주는 ‘모자상’, 권진규(1922-1973)  조각가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테라코타로 리얼리즘 조각의 정수를 보여주는 조각가 권진규는 1922년에 태어나 춘천 중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한 후에 미술 전공을 반대하는 아버지로 인해 형 진원을 따라 동경으로 가서 미술 강습소에서 수강합니다. 해방 후에 한국으로 돌아와 성북 회화 연구소에서 김창열, 임직순 등과 회화 수업을 하다가 재차 도일하여 일본 동경 예술원에 들어가 미술 수업을 합니다. 그 후 무사시노 미술 조각과를 다녔으며 부르델의 제자인 시미즈 다카지 문하에서 재능을 인정받았습니다. 1950년 28세 때에 이과 회전 조각부에서 최고상을 받고 후배인 도모와 결혼하나 행복한 결혼 생활을 끝까지 영위하지는 못합니다. 1959년에 귀국하며 홍대 조각과와 서울대 건축과, 수도 여자 사범 대학 등에도 출강하며 작품 활동을 계속하다가 1973년에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우리 조각은 외국 작품을 모방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학생들이 불쌍하다”라는 고인의 말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었는지, 그의 작품은 한국적 조형미의 전형을 찾는 고행이라는 평론가의 평론이 지극히 당연하다고 느껴지게 만드는 작품들입니다. 테라코타가 주는 흙의 느낌과 한국적인 얼굴과 몸매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너무 따사로와서 어머니의 품을 더욱 그립게 하는 작품입니다.   

연어의 회귀 본능만큼 나이가 들면서 더욱 한국 작가의 작품에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연어가 물살을 가로질러서 자기의 고향으로 돌아가듯이 ‘엄마의 바다’는 모든 이들이 갈망하는 마지막 종착지가 아닐런지요? 현대에는 ‘에미가 없는 자식은 불쌍하다’를 ‘어머니의 절대적인 사랑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불쌍하다’로 해석해야 할 것 같습니다. 화창한 이 봄날, 부모님들은 그런 절대적인 사랑을 자녀들에게 듬뿍 주고 계십니까?

작품명: 모자상 by 권진규, 테라코타 29x13x16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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