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옛말이 문득 생각이 나는데 옛날에는 아마 명예를 더 많이 중시했나 보다. 요즘의 세태를 보면 사람이 남기고 싶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일가도 외국에 세운 유령 회사를 통해 비자금으로 모아둔 돈이 흘러 나가 있는 것을 보면 명예는 돈을 더 벌기 위한 수단이지 궁극적인 목적은 아닌 듯싶다. 돈이 영웅시 되는 세상에는 돈을 벌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데 현대 사회는 더 병약해져 가는 것 같다. 소위 재벌들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부터 무엇이든지 다 가짜가 판치는 한 나라의 가짜 계란에 이르기까지 그 면밀을 살펴보면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심의 발로에서 시작이 된다.
한동안 ‘대부’라는 영화에서 멋있게 포장되었던 마피아도 자신의 조직을 지키기 위한 살인과 폭력을 일삼은 잔인무도한 악당인데 가족과 조직의 편에서 보면 마치 영웅으로 비친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자신들만 행복과 안위만 생각하는 이기심이 내재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 우리는 남의 행복만 우선시하며 살아야 하는가?
일생을 의료 봉사로 바친 슈바이처 박사나 평생을 가난한 이를 돌본 성녀 데레사 수녀처럼 우리가 남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되면 얼마나 좋으련만은 모든 이들이 가기 힘든 길을 걸어간 분들의 모습을 존경은 할지언정 따라가기는 정말 힘든 일이다. 이런 희생을 본 받으라고 하기보다는 사실 우리 자녀들에게 공부하여 성공해서 내 자식이 잘 살기를 바라는 속내가 더 큰 것임을 감출 수가 없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자원봉사활동을 명문 대학일수록 입학 사정 시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함으로서 좀 더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인격체를 양성하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봉사 시간을 채우느라 동분서주하는 시간에 공부나 더하면 되는데’하며 지극히 내 아이만 생각하는 전형적인 이기적인 사고의 틀을, 다른 사람을 돌보는 이타적인 시각으로 전환 시켜주는 봉사 활동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본다. 그러면 아이들은 그렇다 치고 막상 봉사를 시간 내서 못하는 현실의 우리들의 삶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패션 디자이너, 김재현! 이대 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의 에스 모드로 유학하여 1995년 수석 졸업한 그녀는 처음에는 2001년에 압구정동에 조그만 가게부터 시작을 하였다. 남성복에서 주로 영감을 얻은 작품들을 만든 그녀는 특히 여자들이 잘 입지 않아서 더 매혹적인 옷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만든 오토바이족들이 주로 입는 라이더 재킷으로 기대 이상의 큰 호평을 받으며 화려하게 패션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다. 인기 드라마였던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여배우 채정안의 의상이 그녀의 작품들이었다. 보조 디자이너 한 명과 함께 시작했던 그녀의 사업은 탁월한 디자인 감각으로 ‘올빼미의 정원’이라는 뜻의 브랜드 ‘쟈뎅 드 슈에뜨’는 2005년 론칭하게 되는데, 매년 200%씩 성장하며 2012년부터는 F&C와 함께 해외 진출도 모색하는 급성장 브랜드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그녀가 만든 옷을 사 입는 사람들은 그녀만의 독창성에 매료되어 그녀의 옷을 입고 행복해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삶은 이런 작은 행복이 쌓이는 삶이 아닐까 싶다. 거창하게 의료봉사나 선교봉사를 갈 처지는 못되더라도 자기의 위치에서 자기 일을 열심히 하여 그 주변을 행복하게 하는 삶도 가치 있는 삶이 아닐까 싶다. 허황된 일확천금의 꿈이 아닌 자기의 위치에서 성실한 노력으로 만들어내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삶—.
사진: 쟈뎅 드 슈에뜨 2013 A/W Coll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