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100도를 육박하는 더위를 만나면서 달라스가 달라스 다워서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전 세계가 이상 기온에 천재지변으로 발생되는 사건 사고가 연일 보도가 되다 보니 이상 기후가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무감각해져 있을 즈음 연일 뜨거운 텍사스의 더위를 체감하며 ‘맞아, 달라스의 여름이 이렇게 뜨거웠지’하는 생각과 함께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습니다.
이렇듯 우리가 상식으로 여기며 살아오던 보편적인 상식이나 생각이 옳다, 그르다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신 조류에 떠밀릴 때가 많습니다. 학생들과도 얘기를 하다 보면 “요즘은 이게 대세에요” 하며 새로 나온 신조어, 패션, 디자인, 드라마, 노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 생긴 트렌드를 알기조차 급급할 때가 많습니다. 그중에서 관심이 있어서 지켜보는 분야도 있지만 포기한 분야도 이제 생기기 시작합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건강 용품부터 메이크업, 패션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 홍수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요? 무분별하게 다 소화하려고 할 필요도 없고 본인에게 필요한 분야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상식적인 범주에 맞게 기본적인 틀을 잡는 본인이 중심을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범주로는 우리 주변의 생활에 필요한 잡다한 상식부터 크게는 정부의 정책까지 모든 정보는 자신의 당위성을 피력하는데, 그 당위성을 진지하게 검토하여 본인에 맞는 정보인지를 정책인지를 가리는 현안이 필요한 현대이라는 생각도 함께 하면서요.
몇 년 전 살아있는 한국 미술사로 평가받던 김종하 화백이 노환으로 별세하셨는데, 1918년 서울의 유복한 집안에서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1932년 14세의 나이에 조선미술전람회에 최연소로 입소하여 신동으로 불리며 한국 화단에 데뷔를 합니다. 그 후 일본의 가와바다 미술학교에서 수학한 후 1941년 동경제국 미술 대학을 졸업하며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귀국 후 활동하다가 다시 1956년 38세에 프랑스로 건너가서 고전주의 화파에서부터 초현실주의 화풍까지 두루 섭렵하며 작품 활동을 한 그는 그만의 독특한 조형 세계를 펼칩니다.
1982년에는 프랑스에서 루벤스 훈장을 2002년에는 한국에서 생존 예술가 중 최초로 문화 훈장을 수여받았습니다. 특히 고혹적이며 품격 있는 여인의 누드를 그리기로 유명했던 그의 작품으로는 2008년 1억 7,100만 원에 낙찰된 ‘여인의 뒷모습’, ‘아침’ 등이 있습니다.
필자가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인 ‘숲속의 환상’은 파리 앙데팡당 전 출품작인데 유럽의 초현실주의에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두 여인과 숲이 조화로운 하모니를 이루면서 환상적인 느낌이 나는 작품으로 김윤선 미술 평론가의 “평범해 보이는 풍경이나 일상도 그의 붓 끝에선 아득하고 몽환적인 생명력을 새롭게 얻는다”라는 평론이 와닿는 작품입니다.
간혹 미술 교육의 기본도 채 다 배우기 전에 누드 크로키며 컴퓨터 그래픽을 먼저 다 배우고 대학을 가야 하는지 문의를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엄밀히 살펴보면 미술의 기본을 먼저 배우고 익힌 후 다져진 실력을 컴퓨터라는 매체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며, 인체의 미는 뼈와 근육의 구조를 익힌 후 옷을 입은 인체의 실루엣을 그리면서도 멋지게 표현할 수가 있습니다. 미술의 기본기를 다져서 성숙한 기량을 쌓은 후에 대학을 가서 보다 전문적인 수업을 받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넘쳐나는 신 조류에서 현혹되지 않고 소신을 지켜나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몸소 체험하면서 오늘도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 고민합니다. 이 시대의 멘토 안철수 씨가 말한 “패러다임 변화를 읽는 정확한 눈의 출발점은 자기가 하는 작은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최대한 고민하는 것이다”라는 한 번 사는 인생에 대한 충고를 곱씹으면서…
작품명 ‘숲속의 환상’ by 김종하, 116cm x 89cm, Oil on Canv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