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신기루

Shining Tree를 푸르게 키워 주실 분은 김주연 님이에요.
달라스에서 17년 동안 학원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그림을 지도해 온 선생님이자 친구가 필요한 사람들의 따뜻한 지지자입니다.
무엇보다도 주연 님은 10년 넘게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글로 엮어내는 칼럼니스트에요.
각박한 우리네 일상생활에서 한 번쯤은 멈춰 서서 삶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는 쉼터 같은 글을 소개하는 Shining Tree 입니다.

연일 100도를 육박하는 더위를 만나면서 달라스가 달라스 다워서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전 세계가 이상 기온에 천재지변으로 발생되는 사건 사고가 연일 보도가 되다 보니 이상 기후가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무감각해져 있을 즈음 연일 뜨거운 텍사스의 더위를 체감하며 ‘맞아, 달라스의 여름이 이렇게 뜨거웠지’하는 생각과 함께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습니다.

이렇듯 우리가 상식으로 여기며 살아오던 보편적인 상식이나 생각이 옳다, 그르다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신 조류에 떠밀릴 때가 많습니다. 학생들과도 얘기를 하다 보면 “요즘은 이게 대세에요” 하며 새로 나온 신조어, 패션, 디자인, 드라마, 노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 생긴 트렌드를 알기조차 급급할 때가 많습니다. 그중에서 관심이 있어서 지켜보는 분야도 있지만 포기한 분야도 이제 생기기 시작합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건강 용품부터 메이크업, 패션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 홍수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요? 무분별하게 다 소화하려고 할 필요도 없고 본인에게 필요한 분야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상식적인 범주에 맞게 기본적인 틀을 잡는 본인이 중심을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범주로는 우리 주변의 생활에 필요한 잡다한 상식부터 크게는 정부의 정책까지 모든 정보는 자신의 당위성을 피력하는데, 그 당위성을 진지하게 검토하여 본인에 맞는 정보인지를 정책인지를 가리는 현안이 필요한 현대이라는 생각도 함께 하면서요.

몇 년 전 살아있는 한국 미술사로 평가받던 김종하 화백이 노환으로 별세하셨는데, 1918년 서울의 유복한 집안에서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1932년 14세의 나이에 조선미술전람회에 최연소로 입소하여 신동으로 불리며 한국 화단에 데뷔를 합니다. 그 후 일본의 가와바다 미술학교에서 수학한 후 1941년 동경제국 미술 대학을 졸업하며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귀국 후 활동하다가 다시 1956년 38세에 프랑스로 건너가서 고전주의 화파에서부터 초현실주의 화풍까지 두루 섭렵하며 작품 활동을 한 그는 그만의 독특한 조형 세계를 펼칩니다.

1982년에는 프랑스에서 루벤스 훈장을 2002년에는 한국에서 생존 예술가 중 최초로 문화 훈장을 수여받았습니다. 특히 고혹적이며 품격 있는 여인의 누드를 그리기로 유명했던 그의 작품으로는 2008년 1억 7,100만 원에 낙찰된 ‘여인의 뒷모습’, ‘아침’ 등이 있습니다.

필자가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인 ‘숲속의 환상’은 파리 앙데팡당 전 출품작인데 유럽의 초현실주의에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두 여인과 숲이 조화로운 하모니를 이루면서 환상적인 느낌이 나는 작품으로 김윤선 미술 평론가의 “평범해 보이는 풍경이나 일상도 그의 붓 끝에선 아득하고 몽환적인 생명력을 새롭게 얻는다”라는 평론이 와닿는 작품입니다.

간혹 미술 교육의 기본도 채 다 배우기 전에 누드 크로키며 컴퓨터 그래픽을 먼저 다 배우고 대학을 가야 하는지 문의를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엄밀히 살펴보면 미술의 기본을 먼저 배우고 익힌 후 다져진 실력을 컴퓨터라는 매체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며, 인체의 미는 뼈와 근육의 구조를 익힌 후 옷을 입은 인체의 실루엣을 그리면서도 멋지게 표현할 수가 있습니다. 미술의 기본기를 다져서 성숙한 기량을 쌓은 후에 대학을 가서 보다 전문적인 수업을 받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넘쳐나는 신 조류에서 현혹되지 않고 소신을 지켜나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몸소 체험하면서 오늘도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 고민합니다. 이 시대의 멘토 안철수 씨가 말한 “패러다임 변화를 읽는 정확한 눈의 출발점은 자기가 하는 작은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최대한 고민하는 것이다”라는 한 번 사는 인생에 대한 충고를 곱씹으면서…

작품명  ‘숲속의 환상’ by 김종하, 116cm x 89cm, Oil on Canvas

Share :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

우리 기쁜 젊은 날, 떠나 볼까요?

만물의 영장인 인간뿐만이 아니라 모든 동물들의 삶을 보면 종족 보존의 법칙으로 후세를 보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게 이치인 것을 보면, 특별히 키운 것에 대한 공치사를 할 것도 없는데 쿨한 엄마라고 스스로 자처하던 필자도, 아이들이 성장하고 나이가 한 살 두 살 늘어나면서 그야말로 신파조로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하며 공치사를 남발 하고픈 마음이

왜 우리는 이기적일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옛말이 문득 생각이 나는데 옛날에는 아마 명예를 더 많이 중시했나 보다. 요즘의 세태를 보면 사람이 남기고 싶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일가도 외국에 세운 유령 회사를 통해 비자금으로 모아둔 돈이 흘러 나가 있는 것을 보면 명예는

4월의 카니발

21세기는 창의력의 시대라고 일컬어도 과언이 아닙니다. 창의력은 누구나 가지고 태어나지만 창의력이 키워지려면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창의력을 키워주는 교육 환경이 바탕이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창의력은 생각을 아이디어로 창출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머릿속에 떠오른 막연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정리해서 남들과 다른 독창성을 가지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인 창의력은 급변하는 21세기에 회사의 흥망성쇠를 결정한다

의식의 반전

어느 즈음인지 모르게 나이 들어감을 인식하면서 건강과 안티 에이징이라는 문구를 접하면 더 호기심 있게 읽어보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을 느끼면서 상술에 유혹되는 건지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더 갑자기 유난을 떨면서 의식을 하게 된 건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운동을 정말 싫어하는 필자가 요즘 들어서 안 하던 스트레칭도 시작하고 운동에 관심을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어느 날 페르시아의 왕이 신하들에게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올 것을 명령했다. 신하들은 밤새 모여 앉아 토론한 끝에마침내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쳤다.왕은 반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는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만족해했다.반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