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세월의 흔적은 기억 속에, 지니고 있는 물건들 속에서 그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며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데 그중에서 제가 가장 마음이 가는 물건들은 추억이 담긴 손때 묻은 물건들입니다. 그중 한국에서 살 때 친정어머니와 쇼핑 중에 사은품으로 받은 머그컵은 15년 정도의 세월을 반영하듯이 컵 안에는 커피 얼룩이 그대로 지나간 세월을 반증해 주지만 볼 때마다 어머니와의 추억이 향수와 함께 떠올라서 못 버리고는 가끔씩 커피를 마시면서 추억도 함께 음미하고는 합니다. 그런 아끼는 추억품들은 사실 값비싼 물건도 아닌 지난 사진들, 무심히 간직해온 추억이 담긴 브로슈어, 영화표 또는 편지들입니다. 그 작은 물건들이 빛을 발하는 순간들은 그 세월이 함께 묻어나는 그들의 지니고 있는 추억의 무게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끔씩 보는 한국 드라마에는 현재 인기 있는 연예인들부터 중견 연예인까지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한 가지가 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여성의 아름다움이 지나치게 외적인 아름다움으로만 평가되는 것 같더니, 이제는 세월이 지나는 흔적조차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너무 다 젊고 간혹은 낯설고 어색하게 아름다운 얼굴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외형적인 미는 아무래도 보이다보니 많은 공을 들이게 되고 내적인 아름다움을 가꾸는데는 누구나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주변을 잘 살펴보면 내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사람이 더 마음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도 영화사에 명화로 손꼽히는 ‘로마의 휴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던 미모의 할리우드 여배우 오드리 햅번은 영화에서 보였던 빼어났던 그녀의 미모보다 아프리카의 불쌍한 어린이들을 돌보는 유니세프 대사로 활동했던 주름진 얼굴의 미소가 더 아름답게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는 것을 보면 내적인 아름다움이 지닌 힘이 더 크다고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어쩌면 무한 경쟁시대의 현대에 사는 우리는 경쟁에서 낙오될까봐 초조한 마음에서 외형적인 아름다움 또한 우리를 지켜주는 동아줄로 착각하고 마냥 집착하는것은 아닐까요?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의 저자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는 독일의 귀족인 그는 직장을 읽고 실업 수당으로 끼니를 연명하기도 하며 체험을 통해 가난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우아하게 사는지를 알려주는 책을 출간하였는데, 그는 부자의 기준을 ‘네가 가진 것보다 덜 원하면 부자이고, 네가 가진 것보다 더 원하면 가난하다’라고 정의합니다. 우리의 삶의 전체를 이 말에 투영시켜 보면 외적인 아름다움도 결국 내가 어떻게 생각하며 자존감을 가지고 지키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기의 가수 마이클 잭슨도 그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이 그가 지닌 재능으로 이룬 부와 명예로도 그를 그다지 행복하게 지켜주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몇 년 전 그가 세상을 떠나던 날 그의 생애를 다루는 영상물을 보면서 묻어났습니다.
보다 진보하기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으로 인해, 우리들은 현대까지 눈부신 발전을 거듭 해왔다면 이제는 외적 성장에서 내적인 성장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요? 많은 물질의 혜택과 풍요 속에서도 외로워하는 우리 자신들을 위하여—.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르누아르 (Renoir, Pierre Auguste: 1841-1919)가 그린 ‘사마리 부인의 초상’을 보면 현대의 미의 관점에서 보면 다소 풍만하지만 현대에 사는 우리들의 눈에도 아직 아름답습니다. 이처럼 외적인 미는 시대에 따라 변해가겠지만 우리의 마음에 내재된 아름다움의 가치는 변하지 않습니다. 그 가치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아닐까요?
작품명: ‘Portrait De Madame Samary’ by Renoir 사이즈:56*46 , 모스크바 푸시킨 박물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