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바디스

Shining Tree를 푸르게 키워 주실 분은 김주연 님이에요.
달라스에서 17년 동안 학원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그림을 지도해 온 선생님이자 친구가 필요한 사람들의 따뜻한 지지자입니다.
무엇보다도 주연 님은 10년 넘게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글로 엮어내는 칼럼니스트에요.
각박한 우리네 일상생활에서 한 번쯤은 멈춰 서서 삶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는 쉼터 같은 글을 소개하는 Shining Tree 입니다.

행복한 순간에 감사를 나누기는 쉽지만 힘들고 불행한 순간에 감사를 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존 크랠릭이라는 미국의 한 변호사는 본인이 손으로 직접 쓴 작은 감사 편지가 만들어낸 기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가정생활과 일이 파탄 나던 힘든 순간의 어느 날, 할아버지가 어린 시절 들려주셨던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 감사하는 법을 배울 때까지 네가 원하는 것들을 얻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그 후 매일의 생활에서 감사편지를 통해 그의 인생이 얼마나 풍요롭게 회복되었는지에 체험담인 ‘365 Thank You’을 출간했습니다.  

특히 대자연의 재앙 앞에 한없이 작은 무력한 존재인 인간의 실체가 여지없이 드러납니다. 법정 스님의 ‘텅 빈 충만’에서 자연은 우리 인간이 정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며 목숨을 걸고 기어오르는 그 의지력과 용기가 가상해서 산이 잠시 우리를 받아들인 줄을 모르고 정복이라는 무지하고 오만한 소리를 인간이 한다는 글귀가 유난히 새롭게 다가옵니다. 

오늘 문득 베드로의 유명한 대사 “쿼바디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와 함께 베드로를 그린 고야의 작품이 뇌리 속에 떠오릅니다. 화가 고야(Francisco Goya, 1746~1826)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화가이자 판화가입니다. 인상파의 시초를 보인 천재화가로도 알려져 있는 고야의 파괴적이고 대담한 붓 터치는 마네와 피카소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간절히 베드로는 무엇을 기도하고 있는 걸까요? 베드로의 고뇌 섞인 얼굴에서 인간의 번뇌를, 기도하는 손에서 간절히 희망을 읽어봅니다.

작품명: 베드로 사도의 회개 by Francisco Goya, 1823 ~ 1825, Oil Painting, 29cm × 25.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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