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동화책을 선물할 일이 있어서 서점에 들렀다가 재미있는 꾸며진 동화책들을 보면서 필자가 그 그림들에 반해서 책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동화책 섹션에는 재미있는 일러스트레이션 그림과 함께 움직이는 3D 효과까지 갖춰진 책들이 즐비하게 전시되어 어린이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책보다 컴퓨터 게임에 더 친한 요즘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받으려면 책도 더욱 예쁘게 포장되고 발전하여야 하겠지만 이제 도서관도 전자 도서관이 나오는 시대에서 어쩌면 아날로그 시대의 처절한 몸부림 같아서 안쓰러운 느낌도 들었습니다. 어린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좋은 책들이 많이 출판되려면 사명감 있는 출판사, 동화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가 많이 배출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습니다.
오늘날의 세상에서의 성공에 요구되는 지수는 IQ(지능 지수)에서 EQ(감성지수),EQ(감성 지수)에서 CQ(Curiosity Quotient:호기심 지수)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아인슈타인 박사가 “나에게는 특별한 재능은 없다. 다만 넘쳐나는 호기심이 있을 뿐”이라고 말하곤 하였는데 그 호기심이 이 세상을 리드하는 중요 요소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현대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입니다. 이런 사회의 흐름 속에 우리 자녀들에게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하여 창의력을 키워주려는 부모의 노력도 절실한 시대가 오늘이기도 합니다. 방학 동안 자녀들과 함께 다니면서 직접 많이 보여주는 직접 경험과 함께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이 어우러질 때 자녀들의 CQ 지수는 나날이 향상되어 가리라 생각합니다.
볼펜화가 이일은 미국 미술 대학에 드로잉 교재에 실릴 정도로 현대 미술계에서 선(Line) 라인을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그의 ‘뉴 비전’ 개인전은 신선한 새로운 시각을 선사하였습니다. 홍익대학교 동문이기도 한 그는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도미하여 Pratt Institute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1981년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볼펜 드로잉 그림을 내면서 30여 년간 볼펜만으로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다인종의 용광로인 뉴욕에서 생존하려면 남들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림의 기본적인 선(Line)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볼펜을 택했다는 그의 작품들은 2007년 뉴욕타임스의 극찬을 받기도 하며 미국 전역의 대형 뮤지엄에서 개인전을 가질 만큼 이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가느다란 작은 선을 무수히 덧칠하는 방식으로 표현되는데 200호가량의 큰 작품을 완성하려면 볼펜 600여 자루가 소비된다고 합니다.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면서 만들어내는 그의 선들은 그의 체온으로 더욱 부드러워지는 볼펜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그의 Performance의 결정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가로 인정받기 전인 80년대 초반에는 신발, 옷 가게 등에서 일하면서 어렵게 그림을 그린 그의 열정을 전시회에 같이 전시된 수북이 쌓인 볼펜들이 대변해 주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볼펜화가 이일의 작품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휴대폰의 새로운 장르를 열어가는 아이폰은 이 시대에 필요한 CQ가 만들어준 결정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우리들의 호기심 지수는 얼마일까요?
작품명: ‘BL-095’ by IL Lee, 2008, Ballpoint pen on canvas, 87″ × 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