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am

Shining Tree를 푸르게 키워 주실 분은 김주연 님이에요.
달라스에서 17년 동안 학원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그림을 지도해 온 선생님이자 친구가 필요한 사람들의 따뜻한 지지자입니다.
무엇보다도 주연 님은 10년 넘게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글로 엮어내는 칼럼니스트에요.
각박한 우리네 일상생활에서 한 번쯤은 멈춰 서서 삶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는 쉼터 같은 글을 소개하는 Shining Tree 입니다.

계속되는 무더위 속에 반복되는 일상생활이 지루하신가요? 그 일상 중에 필자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은 커피입니다. 좋아하는 커피는 진한 향의 원두커피에 수저 듬뿍 넣은 브라운 설탕과 프림. 이 세 가지 중 한 가지가 없는 경우에는 아무리 늦은 시간, 바쁘고 귀찮더라도 꼭 마켓에 들러야 합니다. 다른 먹거리에 넣는 재료는 마켓 가더라도 잊어먹고 그냥 와서 낭패를 겪지만, 커피만큼은 잊지 않고 꼭 짬을 내서 마켓에 들릅니다. 설탕이 떨어져서 커피를 제대로 못 즐긴 아쉬움으로 오늘은 마켓 들러서 브라운 설탕 3봉지, 흰 설탕 1봉지, 커피 설탕 한 봉지, 도합 5봉지의 설탕을 두 손 가득 들고 나오니 행복합니다. ‘흠, 이만하면 한동안 잊어버리고 즐길 수 있겠지?’

원두커피가 한국에서 대중에 알려질 즈음인 10여 년 전에는, 미국 스타일의 블랙커피를 마시는 것이 세련된 보이는 시절이었습니다. 원두커피를 파는 영화관에서 친구들과 커피를 시키며 프림과 설탕을 듬뿍 넣어달라고 하니 주인아주머니가 ‘손님, 원두커피인데요?!’하며 촌스러운 필자의 취향을 대번 알아봐서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블랙커피를 즐기는 필자의 친구도 매번 ‘너는 우리 집 올 때에 설탕을 지퍼락에 넣어 갖고 와, 알았지?’하며 놀려대곤 했습니다.

커피향이 설탕과 프림에 묻혀서 무슨 맛으로 마시냐며 놀리던 가족들도 어느새 같은 레시피의 커피를 즐깁니다. 이런 커피를 큰 컵 가득 담아 아침에 두 잔을 마시면 하루의 일상이 즐겁습니다. 커피를 통한 행복 충전 후에 집을 나서며, 운전하는 동안에 가끔은 ‘지금 내가 낯선 도시를 운전하는 중이라면?’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순간 항상 낯익은 거리 풍경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드넓은 지평선 속에 끝없는 프리웨이, 그 옆의 나지막한 빌딩들, 나무 등 모든 사물이 흥미롭게 느껴지며 새롭게 단장되어 필자 앞에 펼쳐집니다. 일상에서의 탈출은 우리의 마음에 따라 오늘 이 순간에도 가능합니다.

1863년에 노르웨이 로텐에서 태어난 뭉크는 (Edvard Munch, 1863-1944) 오슬로에서 자랐으며 자연주의 화가인 크리스티앙 크로그 밑에서 그림 공부를 했습니다. 그의 부모와 형제, 누이는 모두 그가 어렸을 때 죽었습니다. 이는 그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황량함과 비관주의로 일관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의 어두운 삶의 표현은 ‘아픈 어린이(The Sick Child, 1886)’, ‘뱀파이어(Vampire, 1893-94)’, 그리고 ‘황폐(Ashes, 1894)’등의 작품 속에서 볼 수 있으며, 그의 대표작은 ‘절규’(Scream)입니다. 그의 말년의 그림들은 자연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졌으며, 이전의 그림들보다 색상이 다양해졌으며, 비관적인 요소도 줄어들었습니다. 1910년 이후 그는 살던 노르웨이로 돌아와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렸습니다.

뭉크의 그림들은 주로 고통, 질병, 죽음과 같은 상징적인 주제들을 광기 서린 색채와 선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그의 가장 유명한 그림 “절규”는 고립과 두려움에 대한 그의 처절한 번뇌의 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내가 기억하는 한 삶에 대한 공포가 나를 따라다녔다”라고 고백하기도 한 뭉크는 바쁜 현대 사회에서 느끼는 군중 속의 고독이 인간의 정신세계를 얼마나 무기력하고 황폐하게 만드는지를 ‘절규’라는 작품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피할 수 없는 군중 속의 고독이라면 작은 행복 쌓기를 시작해야 할 현대입니다.

작품명 : ‘The Scream’ 1893 by Edvard Munch, 91cm X 73.5cm, National Gallery_Oslo Norway
Casein/waxed crayon and tempera on card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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