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년에 프란시스 버넷이 쓴 동화 ‘비밀의 화원’, 인도에 살던 메리가 갑작스러운 부모님의 죽음으로 영국의 고모부 댁에서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담은 동화입니다. 천성적으로 밝은 성격의 메리가 고모부 댁의 버려진 정원을 정원사 할아버지 벤과 친구 딕콘과 함께 아름답게 가꾸면서, 또한 병약한 고모부의 아들 콜린에게 행복을 전파하여 마침내 병상에서 일어나게 만들며 고모부 가정에 행복을 가져다주는 내용입니다. 어린 시절에 읽었지만 하도 그 당시 많이 읽어서 지금까지도 그때의 감동의 여운이 느껴질 만큼 친밀한 책 중의 하나입니다.
동화 속에서 휠체어에 타고 있던 콜린이 아버지 앞에서, 아름답게 가꾸어진 정원에서 두 다리로 서서 그 간의 기적을 보여주는 것처럼, 감동의 내면에는 사람의 마음을 훈훈하고 따뜻하게 해주며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랑이 있습니다.
비밀의 화원에 앉아 있는 메리를 연상하게 하는 그림을 그린 화가 카미유 피사로(Camille Pissarro, 1830-1903)는 서인도제도의 세인트 토마스 섬에서 출생하였습니다. 유대계 프랑스인으로 사업을 한 부유한 집안에서 성장하여 화가를 지망하여 프랑스로 유학을 떠납니다. 그 후 그림에 전념하기 위해 1855년 파리로 이주하여 활동했고, 1874년부터 시작된 인상파 그룹전에 매회 참가하여 인상파의 최연장자가 됩니다. 풍경화를 많이 그렸던 카미유 피사로는 평생 그림을 그리다가 73세에 세상을 떠납니다.
외부로 나갈 수 없었던 카미유 피사로는 죽기 전까지도 르아브르 항구 근처의 호텔에 묵으며 창가에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의 성품처럼 카미유 피사로의 그림은 온유하며 평화롭습니다. 그의 작품은 인상파 특유의 기법을 바탕으로 수수하면서도 견실하며 다른 인상파 화가인 모네, 시슬레보다 한층 구성적으로 그만의 특색이 있습니다. 몇 차례 살롱에 출품하였지만 번번이 낙선하고, 노후에는 시력이 약화되었지만 그림을 향한 꾸준한 열정으로 그림을 그린 화가 카미유 피사로는 돈이 행복의 가치 기준으로 변해가는 현대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얼마 전 이제 선진국 수준의 경제력을 갖춘 나라인 본국에 사는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행복해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돈이 웬만큼 있는 나라, 한국인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데는 결국 돈의 많고 적음이 행복의 척도가 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마음속에 어떤 정원을 가꾸는 꿈을 가지고 있는지요? 카미유 피사로가 그린 소녀의 모습에서 같이 해답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작품명: The Shepherdess (Young Peasant Girl with a Stick) by Camille Pissarro, Oil Painting, 1881